운동을 시작한지 만 1년이 넘었다. 작년 8월부터 PT를 받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주 3-4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골격근량이 20kg 남짓이었는데, 1년 넘게 운동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골격근량이 3kg 이상 증가했다. 도중에 운동을 완전 손놓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 그래프를 보니 잘 버텼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성장’이란 단어에 꽤 집착하는 편이다.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엄청나고, 성장 곡선이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느끼면 조급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늘 그렇듯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하다 문득 근 성장과 커리어 성장은 서로 상당히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쭉 버틴지 1년이 넘어서야 가능한 사고였다.
목표일을 설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몸 변화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날 문득 괜찮아져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러니하게 목표일을 설정하고 몸을 만들자고 결심하면, 오히려 조급함이 앞선다. 목표일이 다가오는데 몸이 목표대로 안되면 불안하고, 설렴 목표를 달성했어도 그 후 목표가 사라지면 근손실을 순식간이다. 방향성을 정하고 묵묵히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 매일매일 트레이닝 해야 한다.
커리어 성장도 마찬가지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열심히 해내면 언젠가 기술적으로 인간적으로 훨씬 성숙해져있다. 조급하면 할수록 망가지고, 업무 능력이야말로 목표일을 설정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성장은 결국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는 원리다.
근 성장은 곧 근육을 찢고, 회복하면서 그 사이즈를 키울 수 있다. 커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경험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내 단점을 마주하며 스스로 상처를 받는 순간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상처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개선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멘탈을 회복할 줄 알아야 성장을 할 수 있다.
결국 근육과 커리어는 모두 어느정도의 강박증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여 생채기를 내고, 스스로 잘 회복해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성장할 수 있다.
목적성을 잃은 타인과의 비교는 나를 괴롭게 한다.
무언가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이 때, 우리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잘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인플루언서와 나를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장 역시 롤모델을 만들고 나면 비교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그들과 ‘무엇을 비교해야하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때, 필요한 요소가 메타인지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주제파악’을 잘 해야 한다. 당신이 비교하고자 하는 롤모델은 이미 무언가를 달성한 사람이다. 하루만에 되는 게 아니고 보여지는 것에서 다 파악이 안될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이미 투자해야 가능한 성과다. 이제 시작하는 거라면, 저 사람에게서 내가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대한 목적을 분명히 한 후에 비교를 해야 발전이 있다.
그저 결과물에 대해서만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먼 내가 예뻐보일리가 없다.
고립 수행은 필수지만 내가 고립되면 안된다.
성장에 멘토는 필수다.
자세를 바로 잡지 않으면, 부상 위험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려면 올바른 Instructor 로부터 조언을 받아야 한다. 설령 어느정도 고수가 되어 혼자 운동할 수 있게 되어도, 더 나은 멘토를 만나면 또 발전한다. 어떤 영역에서든 불변의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늘 더 나은 고수가 존재한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내 고민을 물어보고 그것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해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 내가 더 이상 멘토가 필요없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업그레이드 되면, 그에 맞는 또 새로운 고민이 나온다. 즉,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환경과 그 방법론을 적용해 볼 고립의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은 성장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다.
휴식과 핑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뇌는 간사하다. “오늘 하루만, 아휴 어제도 했는데, 다른 사람도 이 정도 하던데” 이라는 생각을 하루만 잠깐 하게 해주지 않는다. 이 생각을 하루 허용하면 순식간에 이틀사흘로 늘어난다.
그래서 단순히 내가 정말 휴식이 필요한 시기인지 아니면 귀찮음에서 비롯한 핑계인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 이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지쳤다는 신호를 놓치면, 부상이 오고 번아웃이 온다. 그리고 이를 회복하는 데에는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대로 신호가 오지 않았는데, 성장을 위해 내가 힘겹게 만들어둔 습관이 금방 흐트러진다. 그리고 이를 바로 잡는데 역시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안타깝게도 구분을 하는 능력은 ‘해봐야 는다’. 내가 언제 휴식을 필요로 하는지 또 언제 핑계를 대며 잔머리를 굴리는지 기록을 통해 깨달을 수 밖에 없다.
p.s. 흐트러진 습관보다 부상과 번아웃이 더 큰 위험 요소이므로, 이걸 굳이 경험으로 깨닫지는 말자. 피곤해서 운동을 쉬었다면, 다음 날 ‘어제 했었어도 됐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는지 여부 정도로도 충분히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타인때문에 망했다’는 어불성설
이전에 내 머리를 띵하게 했던 띵언이 있다. (그래서 띵언인가…)
“식도락이더라도 몸을 만들고 싶으면 먹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 직장인도 회식 있고 다 힘든거 알지만 결국 그걸 포기해야만 몸짱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디빌더 강경원이 한 이야긴데, 아주 심플하고 당연한 거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쉽게 핑계를 찾곤한다. 특히 이 핑계가 매우 흥미롭게 나타나는 영역 중 하나가 다이어트 영역이다. 식이 조절과 운동에 있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유로 나와의 약속을 어겼는지 모두 한 번즈음은 경험이 있을 거다.
‘어제 친구 생일이었어. 그 친구 내 단짝인데 내가 거기서 케이크 안 먹는다고 하면 좀 그렇지 않아?’
‘회식은 어쩔 수 없잖아. 거기서 술을 어떻게 안 마실 수가 있어? 사회 생활을 해야 할거 아냐’
‘가족이 같이 족발을 먹자고 하잖아. 나는 가족 땜에 다이어트는 진짜 못해’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직장 상사 컨펌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내가 그걸 할 수 있어?’
‘예산이 정해져있는데, 당연히 그건 어렵지’
‘우리 업계는 너무 좁아서, 이직하면 욕 먹어’
모든 성장이 아픈 이유는 관성을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인데,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을 ‘거절 할 일’들이 늘어난다.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가 바뀌기도 하고, 심지어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면, 더 이상 의사결정권을 타인에게 넘겨서는 안된다.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는 요소가 있다면 당신이 적절히 발을 빼야 한다. 절대 내 성장동력요소를 타인에게 넘겨서는 안된다.
몸을 만들고 싶다면, 불필요한 술자리 모임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연봉을 올리고 싶다면, 내가 성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찾아가야 한다. 주어진 일만으로는 유지 운영 정도 할 수 있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성장 과정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과는 적절히 관계를 느슨히 할 필요가 있다.
‘나보다 운동이 중요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리를 둬보자. 의외로 그 사람과 관계를 느슨히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근은 그래야 겨우 성장해준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일한다고 회사에서 알아나 줘?’라는 말에 현타를 받을 필요가 없다. 당신이 열심히 하는 것에 방향성만 있다면 갑자기 기회는 찾아온다. 그러니 당신을 힘 빠지게 하는 사람과 관계를 느슨히 하고, 내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그래야 겨우 우리는 스쳐 지나갈 뻔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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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고 보니 씁쓸하다. 성장은 헬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게 상당히 고된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거구나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나를 뿌듯하게 하는 것은 없다.
“더 나은 내일의 나”
이건 물려 받을 수도, 반칙으로 얻어낼수도 없다. 온전히 내가 이뤄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신차리고 쇠질하러 가야지.
이 글은 갑자기 (하필) 천고마비 계절에 찾아온 운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